잠들지 않는 의식의 정원
이원일 큐레이터
Ⅰ. 알렉 산드리안은 초현실주의 미술을 “상상력을 유지하게 하는 살아있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환상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아의 모색과 의식의 자유를 확대시켜준 미술의 살아있는 “힘”을 지적한 것이다. 김건주의 초현실적 어법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한 조형적 수수께끼의 낯설음을 통해 그러한 미술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He’s garden」으로 명명된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의 작업은 일상에 길들여진 관람자에게 현상계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피안(彼岸)의 세계를 간단히 환기시킨다. 자연의 요소들을 독특한 방식과 재료들로 재구성한 그의 ‘정원’은 도래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기원하는 현대인의 비극성을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한 휴식처가 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전시장은 사색과 명상을 제공하는 심리적, 개념적 정원이 되는 셈이다.
Ⅱ. 전체적으로 「He’s garden」에서는 자연적 요소들이 휴식적인 정적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으나 관람자가 그 휴식 공간을 거닐다 보면 무언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에너지의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노동과 생산의 이면에 있는 휴식과 정지가 단순히 이완에 필적하는 이미지나 감각으로 와 닿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되고 개념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편안함이나 고요한 정지, 긴장감의 고삐가 풀리는 이완감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벗어나게 하는 ‘멈추지 않는 의식의 진행’을 제시하는 것에 연유한다. 다시 말해서 김건주의 작업들에 용해되어 있는 자연성은 소박함, 유연함, 무심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무엇보다도 ‘살아있음’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는 예술행위를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넓은 의미의 바이오몰피즘을 작업의 근원점으로 제시한다.
「섬, 7개의 문」이라는 작품은 그의 생명에 대한 의식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다. 전시장 바닥에 철판으로 포장된 섬의 모형과 벽면에 걸린 7개의 알루미늄 가방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스스로 삶을 사는 생명체가 되어 전시장에서 생명의 고리를 엮어낸다. 마치 조물주의 숨결이 불어넣어진 무생물이 생명체로 태어나듯이 말이다. 여기서 7개의 가방에 담긴 이야기들(녹색구름, 초록가슴, 흰 깃털, 꽃, 빨간 거울, 노란 알, 파란 물)은 섬을 둘러싸는 꿈꾸는 바다가 되어 ‘섬’이라는 소외된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매개가 되기도 하며 섬은 몽환적, 신화적 상징체계처럼 우리의 힘겨운 인생여정 끝에 다다르는 심리적 휴식처로서 놓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건주의 섬은 우리의 멈추지 않는 의식 속에서 물리적, 정신적 지주가 되며 꿈과 이상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현실을 극복하게 해주는 「He’s garden」의 지지체가 되고 있다.
또한 벽면 위에 테이핑 작업으로 이루어진 「그림자」작업은 길게 누운 한 그루의 나무형상을 띠며 역시 생명과 환경 혹은 생태계의 문제를 암시한다. 그것은 단순한 그림자의 형상을 초월하여 공간의 관조적 탐색을 유도하고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He’s garden」의 그림자로 기능 한다는 점에서 함축적이고 지적인 명상의 단서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인체형상을 나무로 조각하고 금분을 입힌 「a Man」과 작가 자신의 몸체의 윤곽을 파낸 「깊은 잠」은 각기 인체의 형상이 우레탄과 나무라는 재료의 신체성에 투여된 시공간을 함께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바슐라르의 형태적 상상력에서 물질적 상상력으로의 행보를 보여준다. 그리고 인체 속에 담긴 물의 이미지는 그 옆에 제시된 ‘섬’의 존재론적 경계를 유동적이고 상호 침투적인 세계로 인식하게 해주는 소통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Ⅲ. 이렇게 물질 저편의 내부공간을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암시하고 있는 그의 조각작품들은 보이는 현실적 대상 속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해방을 꿈꾼다. 「a Man」과 「깊은 잠」이 각기 잠들지 않는 ‘황금의 의식’과 ‘초록의 휴식’을 꿈꾼다면「돌(Blue)」과 「돌(Green)」은 미켈란젤로의 갇힌 영혼을 해방시키는 ‘돌’처럼 푸른색 비닐과 알루미늄을 뚫고 고정관념 속의 들이라는 관념의 가죽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그 신선한 의식의 전환은 비닐과 알루미늄의 질료가 환기시키는 정서적 가벼움을 전달하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체험케 한다. 이러한 망상의 즐거움을 발견하며「He’s garden」이라는 독특한 정원을 순례하듯이 거닐다 보면 막다른 지점에서 「Landscape」와 마주치게 된다. 흰 타일조각을 접착하여 유선형 날개형상으로 부착된 이 작품은 엘스워스 켈리의 단순한 도형처럼 들판에 펼쳐진 언덕과 강물 또는 구름이나 언덕을 연상시키기도 하면서 작가의 정신의 비상을 상징하는 기표로 읽혀진다.
Ⅳ. 「균형-가벼움」으로 명명된 제 1회 개인전 작업들이 현실공간 속의 관념적 실체와 사물의 이면을 병립시켜 대상과 물질의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 선 보이는「He’s garden」작업들은 보다 풍부한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을 보여주며 깊은 사고를 통한 생명의 영적 체험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시장에서 제시된 형상들을 유쾌한 상상과 재치를 보여주는 단계에서 내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미지를 탈각시키고 한층 성숙된 면모를 보여준다.
즉 단순히 감각적인 것을 넘어서 지적, 개념적, 추상적 코드와 혼란을 적절히 비켜가면서 감각을 명확함과 엄밀함으로 데리고 가고 있는 단계라는 점이다. 그렇게 형태적인 대비들에 따라 상징적인 코드를 만들어내는 김건주의 작업들은 이제 ‘조각적 사실’이라고 부를수 있는 아주 특이한 어떤 리얼리티를 현재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조각을 물질이나 재료의 문제로 인식하는 범주를 넘어서서 정신의 문제로 끌어올리고 있는 그의 작업들은 재료와의 끊임없는 변증법과 씨름하면서도 언제나 동시대적인 ‘현재성’을 정신을 통해 반영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의「He’s garden」은 현실과 꿈, 시간과 공간의 구분을 넘어서 인식의 흐름에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가고 있다. 그것은 집요한 추적과 지루한 계산이 난무하는 현실을 꿈의 영역으로 이동시켜 주는 마법의 세계며, 죽은 나무에 시적 영감을 불어넣는 “생명의 약동”을 조각을 통해 실천하는 김건주의 믿음의 세계인 것이다.
The Anonymous Forest
on the border of the reality and dream
Won-il Lee, the chief curator of Sungkok Art Museum
A forest remains silent bearing the inner and outer time with surrounding secrets. It withers quietly in fall and winter keeping the ample smile of spring and the sound of wild animals which have rushed about with their bloodshot eyes. Beyond the human consciousness a forest makes its own history repeating such growing and withering, but avoiding showing its whole substance. Therefore, it is more silent and confidential than a mountain or a range of mountains. It is a world of purification and eternal life. There is another name called the anonymous forest’ in paradox.
Kun-ju Kim, the artist here, imagines such innumerable anonymous forests among arid concrete jungle in a daily life. As a sculptor, he tries to rehabilitate the prototype of an anonymous forest destroyed by the culture in the effort of reconstructing his journey of a forest on the concrete space of the gallery with his skillful, practical language obtained from his meditations during commuting hours to work. Through the rehabilitation he intends to purify filthy dreams leaking out of the cracks of artificial dregs and to illicit the order of discussions and the self-saving solution of recovering eternity. That is, he is not far from the position that he has sought for the inverse value. In Artist of Tomorrow Exhibition, ‘Anonymous Forest’ he would extract more basic human emotion and aesthetic feelings during the viewers walk through the passage of the inner nature. In other words, he intends to make inverse lyric touch the viewers by suggesting a psychological prototype of anonymous ‘the other’ called forest, not just represent a forest in nature. he also tries to relieve the pain of the lost of ‘dream’, which is caused by the contradiction and callus of a daily life, through the experiences of unique mental freedom. Such an artistic performance of the artist shows us a sort of poetic accomplishment that translates physical world into his own ‘new house of language’ and inverse daily ‘prose’ into deviation.
For instance, in <Fantasy Forest> installed on the first floor he produced the front and the back of a tree relievo, which issued an different view toward the forest (world) inversing the definition of the front and the back of a tree, and made the duality of the inner and outer world be learnt. Then, the round green relievo, (Landscape) series show changing time through scratched drawings on the surface of the plastic material with speed. It makes us perceive the nature as an active and multiple object not an inert and contemplative object. Also, on the second floor is <Monologue-different minds>, which is an installation square-tile floor. It sings the feelings when the relationship of things and dreams crash into one another through the comparison of two images: one is inert and natural, the other is artificial and deliberate.
Another work, <Golden Gate> intended to discuss the point of the inner and outer forest according to the architectural structure leads us to experience the visual play of the opening and closing stage and the concrete system of social structure. That is, he handed in a suggestion that a new rule be made through the work, which he manipulated as if the other side of the viewers is ended but as they move closely the seemingly ended space comes open through. It symbolizes the emptiness and absence of the reason’ related to time and space, and our opaque eye-sight which follows the dreaming and desiring nostalgia given up by the dead-end and then soon made toward the other way again.
Finally, on the third floor is the terminal called <Representation -Fact>, in which numerous episodes of journey of the forest are illustrated on the floor. This work is the highlight of the exhibition, <The Anonymous Forest>. In the midst of the space is the nature (soil and plants) placed on the altar, which the artist transplanted from the anonymous forest. It will grow during the exhibition as a document. At the same time, the place where he digged them out shall serve as an artificial gallery. Two anonymous forests are withering under controlled lights at the same time but at the different places. Through this work he compares the world we see and the other world existing under our ignorance dramatically. The imagination of the question and the monologue is growing as the ree branches grow on the altar down the gallery floor.
In the manner of poetic intense and logical myth within illogic he, after the fight of the direct imagination. underlines the contemplation for a new reality on the border of the fact and dream overcoming the limited world. He dreams that he could form the overwhelming images toward the level of ‘poet’ beyond the daily contradiction and the deliberate rou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