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거부하는 과정으로서의 서술
윤두현(독립큐레이터)
김건주는 작업 전반에 걸쳐 각각의 서술구조가 유기적으로 일체화된 한 권의 책을 구축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완성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서술로서 제시된다. 또한 각각의 작품은 마치 상형문자처럼 기호화된 텍스트로서 기능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적어도 작가에게 각 전시는 전체의 부분 혹은 과정으로서의 장(chapter)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모든 작품 및 전시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총체적인 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그 결론을 쉽게 규정지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작가는 각각의 작품들에 일련의 서사구조를 선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일반화된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러한 거리를 의도적으로 조장한다. 그가 견지하고 있는 서사구조란 적절한 중간대가 없어 지극히 뜨겁거나 차갑다. 대상들은 그 이면에 포함하고 있던 복잡한 성격을 상실한 채 단순화된 형태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략)
작품 내부로 들어가면, 서로 다른 문맥의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표상들이 고도로 압축되고, 기호화된 채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특정한 형식적 지점 안에 조합됨으로써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이들이 엮이고 얽히며 문장을 형성하고 단락과 장을 구성한다. 거기서는 여러 가지 작업도구나 딸아이의 곰돌이 인형을 비롯하여 작가 자신의 이런저런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일상에서 건저올린 주관적 표상들과 자유여신상, 에펠탑 그리고 어떤 불특정의 악기들이나 동물 등등 신화적인(비일상적이며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표상들이 이질적으로 교차, 혼융한다. 다른 한 편으로 이전까지 “낯선 표류”라는 표제 하에 중량감이나 모뉴멘트적 상징성이 배제된 채 허공에 걸렸던 가벼운 입체작품들은 더 이상 공중을 부유하지 않는다. 이제는 평면화되고, 겹쳐지거나 혹은 집적된 채 벽에 걸리며, 바닥에 놓여진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전혀 다른 문맥을 가진 사물들의 교차가 특정한 사회구조나 사람 간의 구체적인 관계에 근거하는 일반적 차원의 서사성을 거의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개개의 텍스트(작품)들은 어떤 완결된 의미를 제시하지 않고, 다만 던져지고, 별다른 상관관계 없이 겹쳐져 있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작가적 입장은 새로운 논의점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우선 작가는 구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나 형식이 아닌 ‘상황’ 혹은 ‘태도’ 그 자체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속적으로 세계의 내부에 머물며 ‘정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 위에 또 다른 하나를 단순히 포갬으로써 정형화된 형태나 방향을 부여하지 않고 반복 순환하는 상황 자체를 제시하는 흡사 베케트 류의 부조리극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이는 복합적인 의미가 상실된 이른바 기의 없는 기표로 제시함으로써 보편적인 사유의 방식을 흔든다. 나아가 작가의 이런 전략은 구조 내의 사유가 아니라 구조 자체에 대한 사유를 목적에 두고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Narratives as a Process Refusing Any Definition
By Yoon Doo-hyun, Independent Curator
Kim Kun-ju work is like that of an author, creating a book where narratives organically integrate. Corresponding exhibitions by Kim offer work in an on-going process, and not in completion, as chapters awaiting binding. Each work functions symbolically like a hieroglyph, and becomes part of the whole in which other works and exhibits form their own context. And although Kim adopts certain narrative structures, he rejects any definition of his work by refusing common narrative structures. Kim’s narrative structures are active – hot and cold –and far from conventionally neutral. In Kim’s work, objects also appear as pared-down images, without their complicated character.
Kim’s work condenses everyday and uncommon representations and symbolizes them between two and three dimensionality symbols that form a sentence, a phrase, a chapter. This way Kim combines subjective representations from his daily life, like his daughter’s teddy bear, with mythical symbols, like the Statue of Liberty, Eiffel Tower, musical instruments, and animals, in a heterogeneous manner. In Unfamiliar Drift he presented three-dimensional work which excluded symbolic monumentality and massiveness. It was planar, overlapping, hung on a wall, or placed on the floor. In so doing, Kim typified his unique style, found also in Collections and Myths, by challenging conventional narrative structures, and the meaning of everyday things, by allowing objects to speak alone, in their own context. What we note here is the intersection of things in completely different contexts does not provide any general, common narrative based on concrete relations between a specific social structure and people. Each text in Kim’s work is just placed, overlapping, and has no particular correlation, conveying no specific meaning. The artist above all seems to present a situation and attitude, rather than a narrative and form that suggests a concrete sympathy with us. The artist shows his will to be away from forming a typical relation, while staying in an inward world. Reminiscent of Samuel Beckettian’s absurd drama, Kim’s work presents a recurring situation itself, instead of any typical form and direction through the overlap of one with another. He rids of complex meaning, or namely, presents only the signifier without the signified, undermining the universal way of thinking. This strategy aims at the thought of a structure itself, rather than thought within a stru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