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無限)을 여는 영혼의 감각
이재걸·미술평론
영혼은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억압을 초월한다. 영혼의 역량은 대단하다. 그 무엇도 영혼의 본질을 가둘 순 없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영혼은 끊임없이 변하고, 확장되며, 유형의 삶에 무형의 깊이를 더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증거이자, 세상과의 심오한 교감 속에서 끊임없이 발산되는 힘이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영혼의 소유자이다. 몸의 운명이 존재의 전부가 아니란 것도, ‘고정된 진리’에 대한 믿음이 우주의 관점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생존과 일상의 시니컬한 서사에 낭만을 더할 줄도 알고, 낡은 지식에 형(形)과 색(色)을 입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진하기도 한다.
김건주의 조각도 바로 이 지점에서 ‘세계의 형상’을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세계의 형상은 어느 특정한 대상이나 상태가 아니다. 외관의 문제도, 인간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랜 시간 작가는 감각의 이념적 환원보다는, 감각의 층위들 사이에서 세계를 체험하는 과정을 탐구해 왔다. 주름진 곡면에 펼쳐지는 무한의 리듬감, 가벼운 질료들에 새겨진 무겁고도 깊은 철학적 시선, 조각의 기념비적 단단함으로는 표현하지 못할 변화무쌍의 자유로운 뉘앙스들…. 김건주의 예술은 엔트로피의 자연스러운 증가로 감각을 해방하며 유기적인 선들과 볼륨, 그리고 매혹적인 시간성과 공간감을 선사한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복잡한 협곡이나 우주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끝없이 흐르는 구름과 해류의 역동(力動) 같기도 하다. 꽉 찬 느낌이면서도 공(空)하고, 고독하면서도 신묘하다. 물(物)의 퇴행 같기도 하고, 그것의 거대한 전진 같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이 공간과 형태,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창출하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그의 형상은 고정된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 속에서 동적으로 형성된다. 형상과 공간, 작가와 관객은 모두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 상호 연결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특히 설치작업 <부유하는 균형>(2024)을 통해 ‘불안정한 균형’, ‘무질서 속의 질서’라는 개념을 관객의 눈과 정신에 강력하게 호소한다. 작품을 살펴보자. 공중에 떠 있는 기이한 형이상학적 덩어리들은 정지된 상태로 매달려 있지 않으며, 실과 무게추에 의해 그때그때 달라지는 독특한 ‘운동-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그 자체로 공간을 재구성하며, 관객의 위치나 시점에 따라 새로운 인식의 장(場)을 구성한다. 실과 무게추가 만드는 불안정한 균형은 마치 시간이 흐를 때마다 변해가는 미세한 차이를 기록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그 차이 속에서 우리는 영원히 다시 시작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김건주에게 존재의 비고정성은 곧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뜻한다.
부유하는 덩어리들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정적인 동시에 동적인 느낌을 준다.
실과 무게추의 조합은 끊어질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이는 존재의 불확실성과 균형 찾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 김건주, <부유하는 무게추>(2024)을 위한 작업노트 中
작가는 ‘예외적인 것’을 고정된 진리 앞에 내세운다. 지극히 비(非)-조각적인 접근을 통해 조각을 해방하고, 사유의 언어로 조형에 세련함을 더한다. 관념보다는 감각의 움직임에, 진리의 고정성보다는 그것의 근사치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형태와 물질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놓쳤던 영혼의 진동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깊이 있는 이념이며, 형상 너머의 존재를 마주하는 낯선 경험이다. 공허와 충만, 질서와 혼돈, 불확실함 속의 확신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더욱 풍부한 세계의 표현을 들을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변조되고 분할되는 힘은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만 같은 초월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카오스의 필연적인 흐름 속에서 주름을 따라 새로운 주름이 접히고, 곡면을 따라 새로운 곡면이 열리는 무한의 경이(驚異)를 환대해 보자. 인간과 자연, 과거와 미래, 물질과 정신이 얽히고 섞이는 이 신비로운 감각을 경험해 보자. 섣부른 의미 부여가 그려낸 표피적인 아름다움 대신, 세계는 한없는 해석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니체(F. Nietzsche)의 격언을 떠올린다면, 김건주의 예술은 분명 우리를 새로운 차원의 사유와 아름다움으로 이끌 것이다.
The Sense of the Soul Opening an Infinite World
By Lee Jae-geol, Art Critic
The soul transcends the physical constraints of time and space. Its capacity is immense, and nothing can confine its essence. Our souls continuously change and expand, adding an intangible depth to our tangible lives. This is evidence of our infinite potential and a force that radiates through our profound connection with the world. We are all bearers of such a soul. We understand that the fate of the body does not define the entirety of existence and that a belief in fixed truths does not align with the vastness of the universe. We can infuse romance into the cynical narratives of survival and daily life, bringing form and color to our clear knowledge and inspiring new ideas.
Kim Kunju’s sculptures explore the concept of the “form of the world” at a fundamental level. This form is not tied to any specific object or state; it transcends merely visual appearances or human experiences. Throughout his work, Kim investigates the process of experiencing the world through layers of sensation, rather than reducing it to abstract ideologies. His sculptures evoke an infinite rhythm that emerges from wrinkled or curved surfaces. They carry a heavy and profound philosophical gaze, etched into light materials, while also expressing ever-changing nuances that defy the monumental solidity often associated with sculpture. Kim’s art liberates the senses by embracing the natural increase of entropy. His creations present organic lines and volumes, offering a captivating sense of temporality and spatiality. When viewed, his sculptures can resemble a complex canyon, scenes from the universe, or the dynamic flow of clouds and ocean currents. They evoke a sense of fullness and emptiness, loneliness and mystery, reflecting the simultaneous regression and progression of matter. The artist explores how his work generates meaning through its relationship with space, form, and the viewer. His forms are not fixed physical entities; instead, they are dynamically shaped in space and time. Form, space, the artist, and the viewer are all interconnected, creating a heightened sense of tension. In this exhibition, he strongly engages the viewer’s eyes and minds with the concepts of “unstable balance” and “order in disorder,” particularly in his installation piece, Floating Weights (2024). Let’s take a closer look at this piece. The unusual metaphysical masses float in the air but do not remain static; rather, they create a unique sense of movement and tension that shifts in response to the threads and weights. The work reconstructs space and creates a new field of perception, depending on the viewer’s position. The unstable balance created by the threads and weights seems to capture subtle changes and differences that occur over time. We encounter moments of eternal restarts within those differences. For the artist, the fluidity of existence signifies the beginning of a new world.
The masses floating in the air create a sensation of being both static and dynamic.
The combination of threads and weights generates a tension that feels as though it could snap at any moment.
This arrangement symbolically represents the uncertainty of human existence and the search for balance in life.
– Excerpts from the Artist’s Statement for Floating Weights (2024)
He places the ‘exceptional’ above fixed truths, freeing sculpture through a distinctly non-sculptural approach. By shaping form through the language of thought, he achieves a refined artistic expression. His focus lies on the movement of senses rather than rigid concepts, seeking an ever-evolving approximation of truth rather than a static definition. His work transcends the mere arrangement of forms and materials. It is the vibration of the soul we missed, the deep idea from everything that exists, and an unfamiliar experience of encountering existence beyond form. We can hear a more enriched expression of the world at this point where emptiness and fullness, order and chaos, and uncertainty and certainty intersect. The endlessly modulating and fragmenting forces within the work evoke a transcendental sense that will likely persist even after we disappear. Amid the inevitable flow of chaos, new folds form along existing ones, and new curved surfaces open along existing ones. Let us experience this mysterious sensation where humanity and nature, past and future, and matter and spirit intertwine and merge. If we recall Nietzsche’s saying that The world contains infinite interpretations, rather than the superficial beauty drawn by hasty attribution of meaning, Kim’s art will undoubtedly lead us into a new dimension of thought and beau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