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간극 (Flexible gap)
간극은 찰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작업에서 간극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초이며, 열림과 닫힘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변화의 순간들이 또 다른 새로움을 드러낼 수 있는 여백이라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 간극과 여백이 내가 작업에서 찾고자하는 무대이자 유연함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그간 선보여 왔던 일련의 “Moving” 연작들은 유연성이나 유동성을 기반으로 하여 간극을 찾아내고 변화를 투영하는 작업들이었다. 언어와 관념의 간극, 현실과 환상의 균열, 물질과 비물질의 틈, 살아있음과 죽음의 경계 등을 포함한 경계를 드러내고자 한 연구의 결과물인 것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그 유연한 간극의 연장선에서 낯선 새로움을 찾고자 한다.
나의 작업은 소프트한 스펀지를 절단하고, 접고, 끼우고, 구기는 변화의 과정을 지나 어느 순간 하나씩 핀이 박혀 잠시 멈추어진 상태로 놓이게 된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유연함은, 연장선이 흐려지는 드로잉 같은 느낌과 함께 잠시 멈추어진 형태로 또 다른 공간 안에서 새로운 유영을 꿈꾸게 된다. 이런 유연한 움직임을 고정하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보고자한 낯섦의 간극과 조우한다.
<유연한 간극>은 순간의 모습들이다. 멈추어진 현재와 움직임의 흐릿한 경계 그 간극의 긴장감과 여운들이 나의 시각적 에너지를 깨우며 긴장을 유도한다. 이런 충돌의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내가 만나고자 하는 새로운 관점의 접근 가능성이 열리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7.6 김 건 주
Flexible gap
The gap is a story about the moment.
In my work, the gap serves as the foundation for creating movement and is a process of capturing moments of opening and closing. I believe these moments of change can reveal another kind of newness, which is why I see them as spaces. That gap and space are crucial points where I can find the stage and flexibility I seek in my work. The series of “Moving” pieces I have presented so far has been about discovering gaps and reflecting change based on flexibility and fluidity. They are the result of research aimed at revealing boundaries, including the gaps between language and concepts, the cracks between reality and illusion, the spaces between the material and the immaterial, and the edges between life and death. I continuously seek unfamiliar newness along the extension of that flexible gap.
My work involves cutting, folding, inserting, and crumpling soft sponges, going through a process of change until, at some moment, each piece is pinned down, momentarily frozen in place. This form of rigidity, unable to move any longer, dreams of new fluidity within another space, accompanied by a sense reminiscent of a blurred drawing where the extension fades. Through the act of fixing this flexible movement, I encounter the gap of strangeness that I wish to see.
<Flexible Gap> captures moments of the instant. The tension and resonance of the frozen present and the blurred boundaries of movement awaken my visual energy and induce tension. Through this process of collision, I contemplate the possibility of approaching a new perspective that I yearn to encounter.
Kim kun-ju, June 2017